2022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한국은 디레버리징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에서 '디레버리징 시대, 합리적으로 대응하자'라는 제목으로 발행한 리포트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디레버리징의 개념, 발생 원인, 디레버리징의 필요성과 함께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1.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란
2. 디레버리징 발생 원인
3. 디레버리징의 필요성
4. 디레버리징 시대, 투자자 대응
1.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란
디레버리징이란 부채 또는 차입이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레버리지(leverage)란 자기 자본 대비 차입 비율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기업과 가계는 자금을 빌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나 자산에 투자해서 자본을 불립니다. 반면, 금리가 높아지고 경기가 침체하며 자산가치가 폭락해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이 발생합니다.
디레버리징이 급속히 진행되면 경제주체들이 자산을 무더기로 매각하면서 '디레버리징의 역설'이 나타납니다. 자산가치 하락이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부채 디플레이션 즉 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져 경제주체들이 오롯이 그 고통을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2. 디레버리징 발생 원인
2-1. 급격한 금리 인상
최근 발생한 디레버리징 현상은 급격한 금리 인상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300bp 인상해 현재 기준금리는 3.5% 수준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하였으나,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비해 빠르게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 신용대출이 먼저 감소세로 전환했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최근 주담대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 수준이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 상승기에 이자 상환 부담이 큰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2. 자산 가격 하락
금리 상승과 경기둔화 우려감에 따라 주가, 주택가격 등 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유동성은 축소되고 투자 관련 차입 수요 또한 약화하였습니다. 투자자예탁금은 2021년 67.5조 원에서 2022년 46.4조 원까지 감소했습니다. 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주택매매지수의 경우 2022년 6월 100.9에서 고점을 기록한 후 2023년 1월 96.6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3. 금융소비자들이 금융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 결과
디레버리징은 금융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변화한 금융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신용대출의 용도별 비중에서 부동산 투자 수요 또는 주거비 지출 목적의 비중이 작아지는 추세입니다. 거주주택 외 부동산 마련 자금용, 거주주택 및 전월세 보증금 마련 자금 비중 또한 감소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신용대출이 원래의 목적을 찾아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3. 디레버리징의 필요성
디레버리징은 디레버리징의 역설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꼭 필요한 단계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하다는 뉴스를 한 번쯤 접해보셨을 겁니다.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22년 6월 기준 106%까지 증가하였으며 이는 스위스, 호주에 이어 주요 국가 중에 3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21년 207%로 증가하였으며 OECD 국가의 평균치가 131%임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장기간에 걸쳐 디레버리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2007년 145%에서 2021년 101%까지 감소했습니다. 영국 또한 2007년 174%에서 2021년 148%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금리 시대에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디레버리징이 필요합니다. 가계 재무 건전성의 악화는 금융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디레버리징을 통해 잠재 위험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소득이 늘어도 고물가에 실질소득 증가율은 마이너스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 상환 비용이 증가하면 일부 차주의 경우 상환불능상태까지 직면할 수 있습니다. 가계 부실은 연체율이나 NPL비율의 증가로 이어져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4. 디레버리징 시대, 투자자
감독 당국은 어렵게 도래한 디레버리징 시대를 가계 부채 조정을 위한 기회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들은 부동산 관련 규제, 대출 상환 방식 등 정책적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레버리징 시대에는 투자 심리 자체가 위축되곤 합니다.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시대에는 '영끌', '빚투'가 키워드였다면 고금리 시대에는 '빚을 갚는 게 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디레버리징 시대에는 수익률보다는 재무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게 됩니다. 고금리 대출부터 상환하고, 차입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며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차입하는 등의 부채 관리가 필요합니다. 부채를 중심으로 가계 재무제표를 재점검하고, 금리 부담은 줄이면서 현금을 확보할 수단을 강구하는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