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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달러 패권에 도전하다 | 과거 달러 패권에 도전한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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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기축 통화를 추진하며 '탈달러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거 달러 패권에 도전했던 통화들의 이야기와 중·러가 추진하는 새로운 통화의 전망을 다루려고 합니다. 과거 1800년대 패권 통화의 역할을 했던 영국의 파운드화가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라는 국가와 그 통화인 달러화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달러 패권이 사라지려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차
1. 중동 산유국의 도전(1970년대)
2. 엔화의 도전(1980년대)
3. 유로화의 도전(2000년대)
4. 위안화의 도전(2000년대)
5. 2023년, 중·러 힘을 합치다

 

 

 

1. 중동 산유국의 도전(1970년대)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전한 후 과도한 전비 지출 및 무역 적자 등으로 경기 침체를 겪게 됩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화를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 화폐제를 폐지했습니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금만큼만 달러를 찍을 수 있는 제도가 사라지자 달러 공급이 크게 늘고, 달러는 약세를 보이게 됩니다.

 

한편 1970년대 중동전쟁 이후 석유수출국기구 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에서는 원유의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위축되고 국제유가는 10배 이상 상승하게 됩니다. 원유는 달러화로만 결제가 가능합니다. 그 말은, 원유 대비 달러 가치가 크게 하락해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보다 원유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970년대 석유파동입니다.

 

그러나 1980년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Fed)로 폴 볼커 의장이 임명되고, 그는 시중 달러 공급을 빠르게 줄여 나갔습니다. 돈의 공급이 줄자 미국 금리는 20% 가까이 상승했고 달러 수요 또한 증가했습니다.

 

미국 10년 금리 차트(1971~1985년)

 

같은 시대, 원유시장의 상황을 보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상승한 반면, 미국 경제는 불황에 빠져 원유의 수요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수요가 줄면 가격은 하락합니다. 원유 가격은 1979년 배럴당 40달러 수준에서 1986년 배럴당 1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석유 파동 시대에 세계 경제 패권을 넘보던 산유국들의 위상도 함께 추락하게 되었습니다.

 

 

2. 엔화의 도전(1980년대)

앞서 말한 폴 볼커 Fed 의장의 긴축 정책으로 1980년대 달러화는 초강세를 보이고 다른 통화들은 약세를 보였습니다. 일본은 달러 대비 엔화 약세에 힘입어 자동차 수출 등을 통해 대미 교역에서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이에 미국은 일본 견제 차원에서 1985년 플라자 합의를 단행하고 엔화의 두 배 절상을 강요했습니다. 그 결과 플라자 합의 이후 약 10년 동안 엔 강세가 나타나게 됩니다.

 

달러/엔 환율은 1985년 중반 250엔 수준에서 1995년 80엔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엔 강세로 인해 일본의 수출 경기는 둔화했고, 일본은 대신 내수 소비를 보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1980년대 유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에 일본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없이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일본은 버블 경제로 넘어가게 되고 1980년대 후반 경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엔화가 세계 패권 통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다르게 일본 경제는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불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3. 유로화의 도전(2000년대)

1999년 말에서 2000년 초 유로화가 출범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경제는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제2차 걸프전 등으로 재정 적자 및 경기 침체를 보였습니다.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고, 유로존은 출범 이후 미국 대비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만들어 내면서 유로화는 달러 대비 강세 기조를 보였습니다.

 

유로화의 가장 큰 문제는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 기반이 고르지 않고 차이가 난다는 점입니다. 그리스의 경우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선진 국가들과는 다른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로존으로 편입되면서 그리스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선진 국가들과 같은 금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의 신용이 아닌 유로존의 신용을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스와 같은 유로존의 하위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은 이 자금으로 재정 지출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일구어 나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의 재정 적자와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의 신용이 흔들리는 위기로 퍼져나갔고 이 문제는 2023년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5년 이후 유로화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양적완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유로화가 달러화와 패권 경쟁을 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습니다.

 

 

4. 위안화의 도전(2000년대)

중국은 과거에는 달러당 8.2위안으로 고정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으나 2005년 7월 22일 관리변동 환율제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10여 년 동안 완만한 위안화 절상 기조로 달러당 6위안 수준으로 달러/위안 환율은 하락했습니다. 2014년 하반기부터 미국은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 인상을 준비하게 됩니다. 당시 달러 대비 엔화, 유로화는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는 공급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강세 기조를 보였습니다.

 

달러/위안 환율 하락, 달러 강세, 유로/위안 환율 하락이 나타나자 중국의 수출 경쟁력은 악화하였습니다. 중국 경제는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성장 자체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에 2015년 8월 11일 중국 당국은 달러/위안 환율을 올려 위안화를 절하했습니다. 이후 중국 위안화는 현재까지도 달러당 6위안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위안화가 앞선 세 통화보다는 세계 패권 통화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편이지만 달러 대비 절상 시그널을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5. 2023년, 중·러 힘을 합치다

 

지난 2022년 러시아는 브릭스(BI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과 협력해 대체 준비 통화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기축 통화를 통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서방의 제재에서 벗어나겠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은 부정적입니다. 제이 자고르스키 보스턴대학교 경제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러시아 경제가 본질적으로 석유 무역을 통해 달러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원유는 모스크바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이며 거래는 대부분 미국 통화로 표시되어 있다."

 

새로운 기축 통화를 추진하는 파트너 국가들의 경제 기반이 고르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는 과거 유로화의 출범과 약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증명되었습니다. (3. 유로화의 도전 참고)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공동 준비 통화를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중국의 자본 통제를 통해 해외로 반출되는 위안화 양을 통제하는 한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매력을 지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키리바의 밥 스타크 시장 전략 책임자는 위안화가 세계무역에서 달러화와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은 먼 미래의 시나리오라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러시아는 경제가 취약하고 제재를 많이 받으며 엄청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도 가치가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많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기축 통화 추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달러화는 세계 무역의 96%를 차지해왔지만, 위안화는 2022년 상반기 기준 2%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한 통화가 신뢰를 쌓아 세계 무역에서 널리 사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달러화의 지위에 대적할 만한 통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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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는「부의 대이동」이라는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같이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달러와 금의 흐름을 바탕으로 거시 경제의 흐름을 읽고 투자 인사이트를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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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美달러 패권 도전하는 중·러…전문가들 "오래 걸릴 것" - 연합인포맥스 (einfomax.co.kr)

 

美달러 패권 도전하는 중·러…전문가들 "오래 걸릴 것" - 연합인포맥스

*그림1*미국 달러화(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달러화 패권에 맞서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비즈니스인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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